국민은 천지개벽을 바라지 않는다
정치관계·노동 등 급격한 변화 땐 갈등심화…국방정책 바꾸면 혼란 일어나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직전만 하더라도 앞날이 불투명한 소수 여당에 불과했다. 그러나 탄핵은 한국의 정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적어도 제1당이 되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1당이 아니라 과반수 이상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면 각종 법령을 열린우리당의 정책에 따라 좌우할 수 있다.
새로운 법의 제정은 물론이고 과거 제정된 법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개정 내지 폐지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기업들은 물론 노동계, 정계, 관계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지지하는 정당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장보다는 분배를, 기업의 입장보다는 노동자의 입장을, 친미(親美)보다는 자주노선을 더 중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으나 본질적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정당 정체성 확보도 과제
노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다면 열린우리당에 입당해서 열린우리당을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현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열린우리당이 과연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지는 불투명하다.
총선 공천과정을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이념적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영입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총장, 전직 장관, 미국변호사, 100억원 이상 재산 신고를 한 재력가 등이 열린우리당에 대거 들어갔다.
이렇게 ‘머리 좋고 좋은 학교 나오고 돈 많은 사람들’은 평소 노 대통령이 크게 호감을 갖지 않는 인물들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 입문 후 항상 소수파에 속해 있었다. 때문에 고비 때마다 늘 승부수를 던져 정면돌파를 해왔다.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다양한 의견을 듣기보다 노 대통령식 ‘정면 돌파’ 정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 경우 자칫하면 개혁독재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치관계법, 노동법, 보안법, 언론법 등을 개혁적으로 바꾸면 우리나라는 과거와 상당히 다른 시스템을 갖게 되고 국민 사이에 이념 대결 양상마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던 국방정책을 바꾸면 직업군인은 물론이고 일반국민도 상당한 혼란을 느낄 것이다.
흔히 한나라당을 비판할 때 ‘수구 꼴통들’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그만큼 당의 정체성이 확실하고 보수노선에 충실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의 경우, 그렇게 다양한 인물들을 모아 어떻게 당의 정체성을 확보할지 걱정이다.
그렇지만 열린우리당은 아마도 유일한 전국정당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통합을 이뤄내기에 유리하다. 차떼기에 대한 분노로 표를 많이 얻는다면 정치개혁을 추진하기도 쉽다.
열린우리당이 지역기반을 벗어난 전국정당이 되고 정치신인들을 대거 원내에 진출시키는 것은 다행스러운 측면도 많다.
설익은 ‘386’을 활용하기보다 각계의 전문가를 많이 받아들여 합리적, 전문적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재가 많다는 것과 이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당의 이념과 정책방향에 맞도록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리더십·통합능력 절실해
지금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중국과 인도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고 일본도 10년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적 역량을 국제 경쟁력 확보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기업에 대해 출자총액을 제한하는가 하면 수도권 공장총량에 이어 공장증설 면적을 제한하는 등 도대체 무슨 수로 경쟁력을 키우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은 천지개벽을 바라지 않는다. 더 이상 국민을 놀라게 하지 말고 제1당으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주기를 바라고 있다.
탄핵의 반사이익으로 최고급 인재를 모았다면 그 수준에 걸맞은 정책을 개발해 최선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의 리더십과 집권여당의 통합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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