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며 “지난 2000년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새 길을 열었다면, 이번 회담은 그 길에 가로 놓여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지체되고 있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첫째 상징성과 이벤트 위주의 회담이 아닌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겠다는 다짐이다. 둘째 7년 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 발전을 토대로, 이후 남북경협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해 남북 공존공영을 담보하는 회담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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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일 평양 출발에 앞서 청와대에서 대국민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준비단계부터 남북협력 장애요인 원인 분석·대책 연구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며 장애물을 걷고 막힌 곳을 뚫기 위해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자문그룹,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자료검토 등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기며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만 수십차례에 달한다는 것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에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의제를 다루는 순서, 설명의 논리 등에 대해 자료 준비-자료 보완-수정 등을 끊임없이 지시하면서 자료를 다듬고 업데이트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기존의 남북 간 평화·화해·경제협력 등의 많은 합의 중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지 않거나, 교류 협력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한 사안들에 대해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극복대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분석 자료를 수시로 많이 지시하고, 정부 각 부처와 관련기관으로부터 그 결과를 받아봤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북이 어떤 협의를 해야 하고 우리는 북측에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 검토한 것이다.
남북관계 실질적 진전과 장애물 제거 약속 지켰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약속과 이를 이행하려는 노력은 4일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즉 ‘2007 남북정상선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07 남북정상선언’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 공동번영, 인도주의 협력사업 확대 등을 주제로 한 8개의 합의사항과 선언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 수시 개최와 남북총리급회담을 명시한 2개항의 별도항목으로 구성됐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대립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화해협력하고 상호존중하는 관계로 전환시킨 선언이었다면 ‘2007 남북정상선언’은 화해협력과 상호존중을 토대로 남북이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포괄적인 합의와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셈이다.
선언문만 A4 4쪽+해설자료는 20쪽
‘2007 남북정상선언’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회담결과를 반영했다는 점은 A4지 4쪽에 이르는 상세한 선언문과 A4지 20쪽에 달하는 해설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정상회담 수시 개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11월 중 남북총리회담 및 국방장관회담 개최, 백두산관광 실시와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 발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포함한 인도주의 협력사업 확대 등이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구체적인 성과물로 반영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노 대통령이 남북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약속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합의를 통해 실제로 지켜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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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의 막힌 곳을 뚫고 장매물을 치우려는 정상회담의 노력은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준비됐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도 수십차례 달한다. |
통행·통신·통관 ‘3통문제’ 해결
“앞으로는 개성공단 통행시간이 확대되고 인터넷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동행했던 김기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5일 방북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측에서도 통행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통신 역시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남북경협 종사자들은 통행 통신 통관 등 소위 ‘3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제대로 된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해왔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개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루 통행 회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물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는 정확한 시각을 3일 전에 제출해야 하는 현실로 인해 업무처리와 사업추진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통신의 경우에도 유선전화는 이용이 가능하지만 우리 기업이나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업무에 사용하는 이메일과 인터넷이 금지돼 있어 자유로운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통관문제도 4~5일 전에 계획을 통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어 중간에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할 경우 변경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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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2007 남북정상선언’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아 회담성과를 축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2007 남북정상 선언으로 이 같은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을 시작하고 통행과 통신, 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해나가기로 했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기존의 남북경협을 ‘경제공동체’로 도약시키기 위해선 그동안 제기됐던 경협의 장애요인이 제거돼야 한다는 점에 남북이 의견일치를 본 결과다. 이를 위해 양 정상은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를 장려하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며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하였다”고 선언에 명시했다.
후속조치가 착실히 진행되면 그동안 투자의 걸림돌이었던 ‘3통 문제’와 투자여건 문제 등이 큰폭으로 해소된다. 우선 연중무휴, 상시적인 통행이 허용되고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인터넷 개통 등 통신문제가 해결되면 개성공단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바뀔 것이다.
경의선 화물열차 운행으로 기업들 물류 고민 해결
또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경의선 화물열차도 운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에는 아주 작은 화물을 처리할 때도 차 1대로 운송해야 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했다.
화물열차를 이용해 개성공단의 원부자재와 생산품을 남북으로 실어나르게 되면 시간과 비용 등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번에 개통하기로 합의한 구간은 문산역에서 개성역으로 연결되는 27.3㎞ 단선 구간 중 개성역 전 역인 봉동역까지다. 봉동역은 개성공단에서 가장 가깝다. 이미 5월에 시험운행도 끝난 상태라 봉동역사만 새로 지으면 바로 개통할 수 있다.
이철 코레일 사장은 이같은 화물수송이 이르면 연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은 5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우선 야적장이나 장비를 정비할 필요가 있지만 단기적으로 준비해나가면서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며 “우선 부분적으로 연내에 운송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2단계 건설도 입주기업의 숙원사업
이번 정상회담은 개성공단이 남북공동번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개성공단을 더욱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현재 개성시와 판문군 일대에 조성된 개성공단은 공단구역과 배후도시를 포함해 총 66㎢이며 3단계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330만㎡의 1단계 사업계획만 남북이 합의해 진행 중이다. 2004년 5월 시범분양과 2005년 8월 1차분양, 올해 6월 2차분양에서 220개 업체가 분양받았다.
개성공단 2단계 건설 등 확대사업은 개성공단 입주를 원하는 업체의 숙원사업이었다. 현재 1단계 건설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인데도 2단계 계획이 나오지 않아 개성공단 입주를 원하는 업체들의 속을 태웠다. 1단계 2차분양에서 탈락한 업체는 약 200여곳으로 이중 상당수 업체가 한국토지공사에 2단계 분양계획을 문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업계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듯 토공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도중에 열린 분야별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사업 확대를 강하게 주문했다. 김재현 토공 사장은 3일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의 조기착수를 위해 사전준비를 완료한 상태”라며 “개성공단 1단계 탈락기업 200여곳의 입주 수요와 4년여의 공사기간을 감안할 때 사업의 조기착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양측은 선언문에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재계가 크게 환영하고 나선 것은 물론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안보문제를 경협으로 전환시킨 역발상
양측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견인할 수 있는 포괄적 프로젝트인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이란 군사적 긴장 문제를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풀어가자는 ‘역발상’이 가져온 성과물이다.
서해 평화협력지대에 담긴 △해주 경제특구 건설 △공동어로수역 지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핵심 내용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였으나 안보 문제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동안 개성 이외의 지역에 경제특구를 추가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김재현 토공 사장은 3일 분야별 간담회에서 “북측의 주요 지역에 경제특구를 추가 조성해 남측 기업의 투자 확대를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경제특구 개발과 관련한 당국간 협의가 성과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추가 경제특구 지역으로 해주를 가장 선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남북경협에 관심있는 중소기업 103개사를 대상으로 '제2의 개성공단 건설'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업체의 56.4%인 58개사가 개성공단에 이은 남북 경제특구 건설 희망지역으로 ‘해주’를 꼽았다. 이는 지리적으로 남쪽과 가깝고 개성과 연계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주 지역은 애초에 현대가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할 때 점 찍었던 곳이다. 그러나 개성에서 북서쪽으로 75㎞ 떨어진 황해도 해주는 북한 해군의 주력 부대인 서해함대가 배치된 군사적 요충지라는 이유에서 군부의 반발이 거셌고 사업추진이 좌절됐다. 해주 경제특구가 조성되면 개성-해주-남측 간 산업연계가 강화될 수 있다.
군사적 긴장도 크게 완화된다. 개성공단 건설 당시 북쪽 수뇌부는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예부대이던 6사단과 64사단을 북서쪽 10여㎞ 후방으로 후퇴시켰다. 이후 개성 인근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해주에 경제특구가 조성되면 개성공단 사례와 같은 긴장완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공동어로수역 지정 문제는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제3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해 남북 간 공동번영의 기반을 확충할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의 꽃게잡이 조업은 남북 간의 무력충돌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또 중국 어선의 싹쓸이 불법조업으로 연평도 인근 어민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번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이하고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조업한다면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양측 어민의 이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강하구 공동이용 문제는 그동안 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이미 남북 간에 합의된 문제였지만 군사적 보장 문제로 이행이 지연돼 왔던 문제였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다양한 이익이 예상된다. 우선 골재 판매 수익을 보면 한강하구 골재부존량은 10억8000만㎡로 수도권에서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북측의 바다모래 가격으로 환산해도 28억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해 방지 효과도 있다. 한강 하구를 준설하면 임진강 수위가 1m 낮아져 수해 방지 효과가 있다.
기업들은 남북경제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경협과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2007 남북정상선언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공식 논평을 통해 “북측 기반시설 확충, 자원개발 추진,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 남포 조선협력단지 조성, 경의선 화물철도 운행, 3통 애로 해소를 위한 제도완비 등 구체적 현안들이 합의됨에 따라 향후 남북간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여건이 개선되고, 실질적인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입장발표를 통해 “공동선언은 남북한간의 평화정착과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설정, 조선협력단지 건설합의,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협의 등은 대북 교역업체가 지속적으로 건의한 숙원과제를 담은 이번 합의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막힌 곳이 뚫리고 밀린 과제들이 해결되면서 남북관계는 이제 2007 남북정상선언을 디딤돌 삼아 평화와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생경제를 실현하고 경제공동체를 향해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이름: 네이버뉴스[국정브리핑]
막힌 곳 뚫고 장애물 치웠다 (10.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