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아무리 와도 한탄강댐 건설 안된다" 2006년 7월 27일 (목) 10:24 시사저널
"비 아무리 와도 한탄강댐 건설 안된다"
지난 호우 때 충주댐 저수량이 늘어나 물에 잠긴 단양의 도담삼봉.
나이 서른세 살. 높이 1백23m에 길이 5백30m. 춘천시 북쪽에 위치한 소양댐을 두고 하는 말이다.요즘 그곳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그러나 1970년대에는 달랐다.발전(發展)의 상징, 근대화의 성지로 더 유명했다.인근 지역 학생들은 1년에 한두 번씩 그곳으로 견학을 갔다.당시에 학생들은 댐 아래 지하에 건설된 어마어마한 발전(發電) 설비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도 소양댐은 엄청난 저수량(29억t)과 어마어마한 제방, 무진장한 발전량(연간 3억 5천3백만㎾h)으로 여전히 방문객들을 놀라게 한다.그런데 최근 ‘놀라운 목록’에 한 가지가 더 포함되었다.소양댐으로 인한 피해액이 그것이다.지난해 12월, 강원발전연구원이 강원도에 제출한 보고서(지방자치단체의 수리권 확보 등 제도화와 물 관리 편익의 댐 주변 지역 환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소양강댐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액은 연간 최소 3천1백58억원에서 최대 4천8백48억원이나 된다(강원일보 7월20일자). 붕괴에 대한 불안감 같은 정서적 피해액(최대 3천8백25억원)과 농경지· 임야 수몰 비용, 그리고 농업 소득 감소로 인한 피해액 (최대 9백73억원)을 합치면 모두 그 정도라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댐 전문가와 댐 건설 반대론자들은 ‘커다란 댐이 들어서면 생태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끊임없이 경고해왔다.그들에 따르면, 일단 안개 발생 일수와 겨울철 혹한 일수가 증가한다.그리고 댐 상류 쪽에 퇴적 작용이 활발해 홍수 발생 위험이 커진다.댐 아래쪽은 반대로 침식 위험이 있다.수질오염과 수온 변화에 따른 물의 화학 성질의 변화, 생물 종의 감소도 댐 건설에 따른 주요 피해들이다.
중국이 최근 완공한 세계 최대 산샤(三峽) 댐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신중한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쓰촨(四川)의 지질학자이자 수력발전 전문가인 판샤오 교수는 산샤 댐에 의해 물의 흐름이 막히면 양쯔 강의 유속이 느려지고, 물 방류량이 10%가량 줄어든다고 말한다.그렇게 되면 토사 퇴적이 늘어나 하류 쪽 충칭항(重慶)의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댐에 생활 폐수와 공업 폐수가 들어차 환경오염이 가속화하고, 안개가 자주 발생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등의 기후 변화도 예상된다”라고 판샤오 교수는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댐이 주는 여러 이점을 외면하기는 어렵다.소양댐 같은 다목적 댐은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심지어 식수까지 공급하고, 홍수 조절도 하고, 전기도 생산한다.그런 의미에서 비 피해가 생길 때마다 ‘다목적 댐을 더 건설해야 한다’는 외침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최근 폭우 끝에도 ‘댐 건설’ 주장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주장은 지난 7월18일에 흘러나왔다. 그날 아침,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약속이나 한 듯이 ‘물난리 뒤끝 다목적 댐이 아쉽다’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 같은 기사로 댐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오전에는 국회 당정협의에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폭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한탄강댐·동강댐·문정댐(진주 남강)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댐 건설을 반대해온 관련 지자체가 발끈한 것은 당연했다.박선규 영월군수는 상처만 남긴 채 백지화된 동강댐 이야기를 다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치수 정책 부재를 상류 지역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강원도는 댐 천국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7월 폭우 피해, 대부분 댐과 상관없어
김진선 강원도지사도 “무조건 댐 방식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수해 원인 분석과 과학적인 수리 대책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진 뒤 도와 해당 지자체 지역 주민들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며 제동을 걸었다.‘한탄강댐 건설반대 철원ㆍ포천ㆍ연천군 대책위원회’측도 “1996년 수해 이후 제방을 높이고 배수 펌프장을 증설해, 이번에 큰 피해가 없었다”라며 반발했다.
ⓒ연합뉴스
소양강댐(위)은 전력 생산과 홍수 조절 등 그 역할이 다양하다.
환경 시민단체들도 가세했다.환경운동연합은 댐 건설을 주장하는 언론의 논조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논평에 따르면, 7월 중순의 비 피해는 대부분 산간 지역의 기습적인 돌발 홍수와, 도시 지역의 부실한 시설 관리 결과로 발생했다.따라서 더 많은 댐이 있었다 해도 댐 상류에서 발생한 산간 계곡의 홍수 피해를 줄일 수는 없었다.
김낙중 환경운동연합 국토정책팀장은 한탄강댐과 영월 동강댐이 있었다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했다.이유는 간단하다.한탄강댐의 경우 댐 건설로 이득을 보는 곳은 댐 하류 지역인데, 이번 홍수시(7월16일 오전 1시) 하류인 연천군 전곡 지점의 홍수량은 초당 4천5백10t으로 계획 홍수량 6천7백50t에 훨씬 못 미쳤다.임진강 적성 지점 역시 계획 홍수량(초당 1만6천2백t)의 65% 수준인 1만1천7백87t에 그쳤다.따라서 한탄강댐이 없었어도 홍수 위험은 전혀 없었다.
건설교통부(건교부)는 댐 예정지로부터 75km쯤 떨어진 파주·문산을 위한 건설이라고 하지만, 1996년·1998년·1999년 대홍수는 임진강 수위 탓이 아니라, 지류인 동문천의 좁은 하천 폭 때문에 발생했다.따라서 한탄강댐 건설은 재고할 가치가 없다.
게다가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건설하고 있는 황강댐(저수량 3억~4억t)과 네개로 이루어진 4월5일댐(저수량 1억2천만t)을 준공하면 홍수 피해 위험은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북한이 일시에 수문을 연다면 인위적 홍수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정부는 이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응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강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지질과 지형이 댐 건설지로 적합하지 않고, 댐 예정지 하류 1백10km 지점에 충주댐이 있어서 남한강 본류에 대한 홍수 조절 효과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이미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건교부도 그 점을 확인했다.안시권 하천관리팀장은 “지금은 영월댐과 문정댐 건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다목적 댐 건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댐 건설을 반대하는 한 환경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교부의 최종 목표는 한탄강댐 건설이다.그것을 위해 언론에 로비를 한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현재 한탄강댐 건설은 지난해 감사원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결정을 내린 뒤 국무총리실 산하 임진강유역홍수대책특별위원회(임진강특위·위원장 국무총리)에서 재검토 중이다.만약 임진강특위에서 8월 말 최종 발표 때 ‘건설’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한탄강댐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 “왜 댐의 가치를 무시하는가?”
물론 댐 건설을 지지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조원철 교수(연세대·토목공학)는 “왜 댐의 가치를 무시한 채 반대만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그에 따르면, 지난 홍수 때 충주댐이 없었다면 여주·이천은 물바다가 되었다.반면 영월이 침수 직전까지 간 것은 영월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탄강·동강 주변의 불안정한 지반은 다단계 공법으로 댐을 건설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다단계 공법이란 댐을 한 번에 건설하지 않고, 물을 채워 문제점을 점검하고 다시 댐을 쌓는 공법).
심명필 교수(인하대·토목공학)도 중앙일보 시론(7월20일)을 통해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한 남한강 유역은 충주댐 하나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하류의 지세마저 평탄해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2000년에 중단한 동강의 영월댐이 계획대로 건설되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목적 댐 건설을 둘러싼 논쟁은 장맛비처럼 일단 서서히 소멸할 전망이다.그러나 8월 말 임진강특위가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 그 어떤 태풍보다 강하게 환경 시민단체와 토목학회(댐학회), 댐 건설 예정 지역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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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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