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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댐 건설반대 철원군대책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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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경향신문
2006/12/1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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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의 위기] 4-8. 진보의 10대의제 : 생태주의 [진보개혁의 위기] 4-8. 진보의 10대의제 : 생태주의
경향신문: 2006년 12월 12일 17:31:47
최근 너도 나도 ‘친환경’ ‘생태’ 가치를 강조하는 게 유행이다. 그러나 이런 유행이 결코 생태를 위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친환경’ ‘생태’로 포장된 개발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청계천·양재천 등 하천 복원사업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른바 ‘친환경개발 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시민들은 시민들 대로 “조깅길이 불편하고 조명이 어둡다”며 시설 개선을 요구한다. 자전거 도로가 비좁다거나 우레탄을 깔아달라는 요구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친환경’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이런 현상 역시 개발주의의 한 양태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많은 경우 친환경을 내세우는 이면에는 여전히 개발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난 2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9시5분을 가리키는 시계탑이 세워졌다. 12시를 가리키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환경위기시계다. 환경재단(최열 대표)의 ‘만분클럽’에 가입하면서 설치한 것이다. 만분클럽은 매출액의 1만분의 1을 환경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체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런 친환경 이미지는 인천으로 옮겨가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인천의 마지막 숲이라는 계양산에는 인천녹색연합의 신정은 활동가(28·여)가 10m 소나무 위에 천막을 친 채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 12일로 47일째 맞는다.
롯데건설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소유의 계양산 북쪽 목상동, 다남동 일대에 27홀 크기 골프장과 테마파크형 근린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씨는 이곳을 개발하기보다 자연공원으로 둘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는 골프장 건설을 허가할 태세다. 롯데그룹에게 친환경은 기업 이미지 부각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북 무주군은 올해 10회째인 반딧불이축제로 관광객 70만명에 약 90억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기록한 모범적인 친환경 지방정부로 인식되어 있다. 보잘 것 없던 농촌지역이 ‘생태’를 내세워 나비축제의 함평군처럼 친환경 정책으로 농촌살리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주군은 ‘골프장 기업도시’라는 다른 얼굴도 갖고 있다. 무주군 안성면 등지에 총 2백45만평에 2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2015년까지 총 45홀의 골프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같이 친환경, 생태는 아직까지 개발주의를 포장하기 위한 당의정 역할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친환경을 내세운 개발주의는 ‘개발은 곧 선(善)’이라는, 한국인에게 여전히 뿌리깊이 박힌 인식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에는 시민이나, 지방정부, 중앙정부, 기업의 차이가 없다. 국민의 정부는 2000년대 ‘새천년 환경비전’, 참여정부는 2005년 ‘국가 지속가능발전 비전’을 발표하며 친환경적인 정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개발주의’로 나아갔다.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 위원을 지낸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나 환경 친화적 공법을 내세워 겉으로는 환경 보전을 강조한다”면서 “그러나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개발을 더 부추긴다”면서 이를 ‘신개발주의’라고 규정했다.
좋은 예가 새만금간척사업을 하면서 친환경적 개발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갯벌 파괴를 최소화해서 생태관광 사업을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간척지에 108~144홀짜리 골프장과 카지노·수상레포츠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친환경 개발의 실체이다. 작가 황대권씨는 최근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작품에서 새만금사업을 이렇게 묘사했다. “말 못하는 작은 생명을 짓밟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들을 없애는 것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한 이 땅의 미래는 없다.”
과거 개발 우선의 권위주의 정권들이 추진해온 수해대비용 댐 건설 같은 정책도 여전히 답습되고 있다. 올 여름 한탄강댐 건설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위는 정부가 개발주의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희석시키는 가림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사업은 개발주의의 전형에 해당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참여정부가 사회의 지배적인 토건세력인 관료·건설업자·보수언론·학자 등 ‘건설마피아’의 공고한 집단적 덫에 걸렸다”고 비판했다. 2002년 국내 총 공사액은 1백18조원으로 GDP 5백96조원의 19.8%나 된다. “토건국가”로 불리는 일본의 GDP 대비 건설업 비중 약 20%와 맞먹는다.
개발이 시민의 복지를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도시의 80% 이상이 그린벨트인 경기도 하남시의 경험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개발 욕구가 어떻게 비뚤어져 표출되는지 잘 보여준다. 시는 지난해 7월 64개 그린벨트 해제예정지 가운데 20곳의 취락지구를 우선 풀어줬다. 약국, 미용실 등 기본적인 근린생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주민 불편을 감안한 것이었다. 4층까지 건축이 가능토록 1종 주거지역으로 바꿔 전원주택의 길을 터줬다. 그러자 그린벨트에 억눌렸던 하남시민들의 개발 욕구가 분출했다. 근린생활시설은 들어서지 않았다.
대신 축사나 창고 등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초이동 동사무소 근처 등 1만여평을 채운 것도 근린시설이 아니라, 40여개에 달하는 대형 활어회판매장이다. 자연이 훼손되고 주거환경은 나빠졌다. 하남YMCA 안창도 사무총장 “녹지를 최대한 살려 쾌적한 생태도시를 만들 수 있었는데, 땅주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단위 개발로 인구가 늘어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사회연구소 구도완 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위로부터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며 “아래로부터 녹색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생태주의적 삶은 결코 경제적 이익을 포기한 완고한 사람들의 삶이 아니다. 오히려 풍요로운 삶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2000년 7월 용인 대지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살펴보자. 경주김씨 종친회가 자신의 땅을 그린벨트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을 했다. 종친회가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이 죽전지구 택지개발로 난도질 당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다”며 수백억원의 보상금 대신 땅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토지신탁운동인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을 벌인 환경정의도 여기에 힘입어 ‘대지산 땅 한평 사기운동’으로 정상 부근의 100평을 매입했다. 그렇게 총 8만5천여평을 지킨 대지산은 올 5월 생태공원으로 주민 품에 돌아왔다. 아파트 숲이 될 뻔한 대지산에는 지금 야생화 단지, 곤충서식지가 들어서고, 생태교육시설, 태양열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생태적 오리농법 덕에 20년 만에 제비가 돌아온 경기 여주군 삼교리 사례는 환경보존이 윤택한 삶을 향한 지름길임을 일러준다. 토박이 농부 손부남씨(65)는 “100여가구 중 약 30가구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있으며, 줄어들었던 개구리, 메뚜기도 늘어났다. 농약 피해도 없으니 좋다”고 말했다. 손씨는 “앞으로 농약을 친 농산물은 소비자가 외면할 때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 친환경농법을 시작했다”며 “수확량은 떨어지는 대신 가격을 30% 정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86년 6가구로 시작했으나 현재 50여가구에서 오리농법을 한다. 40㎏ 한 포대 수매가가 일반벼는 6만원선인데 무농약벼는 8만~9만원씩 한다. 가구당 200~300마리씩 키우는 오리도 내다팔 수 있다.
녹색평론의 김종철 발행인을 비롯한 일단의 생태주의자들은 아예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소농업 체제로 가고, 농업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농어촌 생태관광을 한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생태적 소농업 위주의 동아시아연대가 WTO 중심의 세계화를 대체할 모델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태경제학을 전공한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농업과 관련해 스위스와 영국이 시도하는 ‘유기농 전면화’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한다.
농업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생태적 과제가 지구온난화나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한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 분야다. 환경운동연합은 옥수수나 유채기름 등으로 만든 바이오디젤을 석유 대체에너지로 추진하고 있다. 풀뿌리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옛 대안에너지센터)은 생태적인 전환의 핵심을 에너지 전환에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교사 농부 주부 건축가 등 37명은 시민기업 ‘시민발전’을 출범시켰다. 학교 등 공공기관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다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보인 부안에는 태양열발전을 하는 ‘부안시민발전소’를 3군데 세웠다. 방폐장 반대를 외친 문규현 신부, 김인경 원불교 교무 등 종교 지도자와 환경연합 생태도시센터 등이 돈을 보탰다. 부안성당의 1호기는 최대 3㎾, 한달에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과 비슷한 약 300kwh 전기를 생산한다. 3곳에서 약 900kwh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팔아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이런 생태주의적 삶은 아직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석훈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70% 대외경제 의존과 98%의 에너지 해외의존이라는 한국경제의 기형적 모습을 해소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행정단위에서 생태주의를 시범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최승국 사무처장은 “성미산마을의 마포구, 문당리 생태공동체의 충남 홍성군 전체를 시범 녹색모델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미산, 함평군(나비) 등 모범사례를 발굴, 확산하기 위해 진보·민주세력간의 녹색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계급이익 우선의 진보운동의 한계를 넘을 녹색정치 세력화도 요구되고 있다.
구도완 소장은 “87년 민주화 이후 위로부터 민주화에는 힘을 기울여 왔는데 시민들 스스로 생태주의적으로 생각하거나 노력하는 것은 아직 부족하다”며 “이제는 시민사회가 생태적 자각과 성찰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경제, 시민사회를 녹색으로 바꾸는 일은 구불구불 돌아가는 먼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성규 사무처장은 “사회민주주의도 거치지 않은 채 급격한 생태주의를 한국사회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했다. 그는 “기존의 강력한 개발주의를 극복할 ‘디딤돌’이 필요하다”며 “개발보다 복지를 강조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가운데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래 교수는 진보는 녹색임을 주장했다. “진정한 진보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녹색을 띠지 않으면 안됩니다. 국책사업에서도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환경용량에 걸맞은 지방분권적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녹색색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 사회의 위기는 탐욕스러운 개발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도한 인간중심주의 이념의 위기입니다.”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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