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개혁] 한국판 노멘크라투라 해체론
의견 : 건교부 수자원개발과와 수자원공사 댐 환경처의 관료이기주의 조직이기주의가 변화되어
야 합니다.(탁상행정 이론중심에서 현장의 얘기와 주민들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해야)
[ 관료개혁]
한국판 노멘클라투라 해체론
" 지역탕평책만으로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축적된 관료조직의 도덕적·기능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
장경섭 < 서울대교수·사회학 > snuoo165@snu. ac.kr
구소련, 동구 등에서 사회주의체제가 집단적으로 몰락한 결정적 원인으로 사회주의적 지배계급이
라고 할 수 있는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 문제가 지적된다. 흔히 당(공산당)과 국가의 간부
층으로 분류되는 이 집단은 무계급사회이어야 할 사회주의사회들에서 정치권력과 경제자원을 독
점함으로써 실질적인 지배계급으로 군림했다.
사회주의권은 아니지만 군부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관료중심의 경제발전을 추진했던 여러 나라들
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주의이념 대신에 개발이데올로기가 독점적 이념으로서 제시되었고, 정치적 경쟁세력과 사회
적 비판세력이 용인될 수 없는 독재정치체제가 자리잡은 가운데 일종의 개발노멘클라투라 세력
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 예가 박정희 시대의 한국이다.
박정희라는 대중적이면서도 권위적인 독재권력자의 정치적 우산 아래에서 한국의 관료조직은 이
른바 국가주도적 경제발전을 추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시민은 관료들의 거의 절대적인 권위에 순응하며 지냈다. 극도의 반공주의로
이념적 다양성이 용인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이념정당간의 경쟁이 전제되어야 할 의회정치는 실
종되었고 집권여당조차도 행정권력의 들러리역에 만족해야 했다.
박정희 시대가 끝나고 전두환 시대에 일시적으로 군사권위주의가 연장된 후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 민주화시대가 도래하자 관료조직의 입지에는 중요한 변화들이 생겨났다.
정상적 민주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들은 정치적 경쟁세력의 공격과 사회적 비판집단의 압력
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휘하의 관료조직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의회정치는 복원되지 못했으며 정당의 기능은 선거를 치
르기 위한 정치적 도구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 결과 국정은 다시 관료조직에 전적으로 의존해 운영되었으며, 관료들은 약화된 정치적 보호막
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여러 사회·경제집단을 관리해 나갔다.
관료들은 특히 국가의 재정수단을 무기로 권위주의 정치권력의 공백을 메워 나갔는데, 이 과정에
서 국가예산의 엄청난 낭비가 초래됐다.
특히 수십여년간 지속된 개발관료주의는 정·관계뿐 아니라 각종 관변조직, 공기업, 금융계, 재계
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관료인맥을 형성시켜 놓았으며, 이들의 폐쇄성과 결속성은 한국을 움직
이는 가장 중요한 힘의 하나가 되었다.
현직 관료집단과 이들을 에워싸고 있는 관료인맥은 그 자체로 거대한 지배적 이익계급을 형성하
고 있으며 이것이 정부기능의 왜곡뿐 아니라 경제 및 사회 질서의 교란을 초래해 국가발전에 결정
적 장애가 되고 있다.
관료개혁은 국가행정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경제와 사회의 건전하
고 안정된 발전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거꾸로 간 신자유주의
관료 독주와 부패의 부작용은 구사회주의국들이나 한국 등 개발독재국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어
서 세계 각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특히 1980년대 이래로 집권 우파에 의한 이른바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한 구미와 대양주 나라들
은 정부관료조직의 축소와 재편을 가장 핵심적인 개혁사안으로 삼고 가히 충격적인 변화들을 실
행했다.
신자유주의는 한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 이후 국정의 핵심기조가 되었으며, 적어도 표면적으로
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는 지성적 현상으로서는 연륜이 극히 짧다. 사실 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깊이
있는 학술적, 정치적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는 그저 구미에서 들려오는 생
경한 이념일 뿐이었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화, 소비적 복지 억제, 경쟁적 교육체제 확립, 공기업 민영화와 해외매각, 기
업 소유·경영의 투명성 제고, 금융시장의 대외개방, 외국인 투자제한 철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
자유주의 개혁은 관료집단의 주도로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추진돼 온 것이다.
관료집단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개혁을 국제경쟁력 강화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워 개발이데올로기
의 퇴색에 따른 지위 약화를 극복하려 했다.
신자유주의 개혁의 주체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한 관료집단은 사기업, 공기업, 금융기관, 노동자,
심지어 교육자에 대해 일종의 개혁권위주의를 행사하려 들었다.
정치세력의 선도가 아니라 관료집단의 주도에 의해 추진된 한국의 신자유주의 개혁은 구미 국가
들과는 달리 근본적인 차이점 하나를 갖고 있다.
즉 정부관료조직에 대한 개혁의지는 실종된 채, 사기업, 공기업, 금융기관, 노동자, 교육자의 변
화 필요성을 내세운 관료들의 권위주의적 통제와 간섭이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통제와 간
섭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부문에 따라 관료조직이 확대되는 결과마저 나타났다.
물론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선전구호마저 내팽개칠 수 없기에 전체 공무원수의 감축에 나섰는
데, 이마저 환경미화원, 경비원, 운전기사 등의 수를 줄여놓고 목표달성을 내세우는 눈가림식 개
혁이었다.
관료가 주도한 한국식 신자유주의는 구미 신자유주의의 골간인 정부관료조직의 개혁은 생략한
채, 새로운 국가발전 방식이라기보다는 관료집단의 권력 재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이
에 따라, 정부관료조직의 의미 있는 변화는 찾기 어렵고 나아가 금융, 산업, 교육 현장에 관치체제
가 군데군데 강화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시장경쟁원리를 내세우며 자행되는 관료적 통제와 간섭에 금융, 산업, 교육 주체들은 오히려 자
율성을 상실하고 통제와 간섭의 대가인 각종 행정지원과 보조금을 챙기는 데에나 주력하게 됐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개발시대의 산물 이상으로 관료주의적 신자유주의의 산물
로 볼 수 있다. 관료집단은 신자유주의 내부 개혁의 당위성으로 국제경쟁력 확보를 내세웠지만 막
상 이에 맞물린 세계적 개방경제체제에 대한 이해 및 관리 능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즉
관료집단은 국제경쟁력 강화에는 뒷전이었다.
이러한 관료주의적 신자유주의의 원천적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1997년말 환란사태이다. 어
설픈 관치금융, 무모한 기업확장욕구, 새로운 개방금융체제가 맞물려 벌어진 전대미문의 경제위
기는 외국의 개혁모형이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왜곡되어 적용될 때 어떠한 재앙이 닥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위기의 원인이 된 행태들이 반복되고 있다.
부실 기업과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정책이 어느새 일백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동원한 구호제공
정책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도 관료주의적으로 왜곡된 신자유주의가 결국 관치경제만 강화시킴을
잘 보여준다. 금융, 공공부문, 기업, 노동의 이른바 4대개혁이 노동에만 편중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관료인맥과 공공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정부, 은행, 공기업, 민간기업을 아우르며 형성된 관치경제
체제를 관료들 스스로가 혁파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지역탕평을 넘어서
민주선거로 새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관료조직을 소중히 보호하고 간직해
야 할 선물로 주었던 것이 아니다. 정당과 의회 기능이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국정을 전횡해 오다
시피 한 관료집단의 무능, 파행, 부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새 대통령이 근
본 대책을 세워주기를 열망했었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나 연고관계가 분명한 인사들을 등용하고 승진시키는 것으로 관료
개혁을 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현직 관료집단과 이를 에워싸는 각종 관변조직, 관치금융권, 공기업, 사기업, 정계의 관료인맥은
한국판 노멘클라투라를 형성해 왔으며 이 세력의 통제와 혁파 없이는 수십여년간 뒤틀려온 경제
구조와 사회질서를 절대로 바로잡을 수 없다.
두 민주투사 출신의 대통령은 개혁 대상인 관료집단을 개혁 주체로 삼는 결정적 실수를 범함으로
써 결국 실패한 개혁자로 남게 된 것이다.
물론 수십년만에 지역적 정치기반이 다른 집권세력이 등장하면서 공직 인사의 지역간 형평성을
회복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집권자와 지역연고를 가진 관료들의 등용과 승진이 관료조
직 전체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대신하는 유사(類似) 개혁책으로 인식된 것이 문제였다.
호남출신 관료들은 호남인이기보다는 관료이며, 이들이라고 관료집단의 갖가지 과거 폐해를 극복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들의 약진 때문에 승진과 보직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된 타지역(특히 영남) 출신 관
료들은 개인적으로 약간 손해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호남출신 관료들의 우산 아래에서 관료조직
전체가 개혁의 폭풍우를 피해 가는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관료 인사의 지역형평성 제고는 일부 관료들의 권익 회복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관료조
직을 도덕적, 기능적으로 거듭나게 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관료개혁은 차기 정권의 최우선 개
혁과제로 남게 되었다.
관료개혁은 정치개혁이라는 대한민국 최대의 난제를 함께 풀지 않고는 제대로 실행될 수 없다. 정
치개혁은 망국적인 지역간 정치적 대립구도를 타파하고 정상적인 이념·정책정당 중심의 의회정치
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념적, 정책적 경쟁을 위한 의회정치는 보수우익 이외의 정치세력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게
만드는 한반도내 좌우냉전구조의 타파를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 정권의 대북포용정책과 이에 수반된 남북한 화해·협력 구도는 남한 내
부에서 정치개혁과 관료개혁을 위한 중요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관
료개혁은 관료조직과 이를 에워싼 관료인맥에 대한 직접적인 감시, 숙정, 개편, 재교육을 필요로
한다.
이 작업은 지난한 것이지만 동서고금에 수많은 관련 사례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신자유주
의 개혁에 앞장섰던 나라들에서 관료개혁에 관해서도 중대한 교훈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장경섭/ 1961년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브라운대 박사/ 저서:사회주의 지배 엘리트와
체제전환(공저)
<신동아 2001. 5월호> 특별부록/ 지식인 70인의 그랜드디자인/ 21세기 한국 대개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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