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규모가 해마다 증가,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실이다. 조세연구원은 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545조원이었으니까 지하경제는 적어도 110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를 그 이전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지를 실감하게 된다.
조사주체가 다르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정에 의하면 지난 80년의 지하경제 규모는 5조원, 85년 15조원, 90년 24조원, 95년 52조원이었다. 그것이 6년 사이에 적어도 갑절 이상 늘어난 것이다.
외국의 분석은 보다 냉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 발표자료에서 90∼93년 기준으로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38∼50%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국내총생산의 절반이 지하경제라면 그 규모는 270조원을 상회한다는 뜻이다.
GDP의 75%가 지하경제라는 나이지리아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8%대의 스위스, 미국, 일본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선진국 평균 15%는 물론 30%대의 개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하경제의 창궐을 방치하고 건전한 경제운용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재정과 금융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감독·감시체계를 약화시킨다. 공평과세를 저해하고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부패 불감증을 시정하고 투명도를 제고시키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과세제도의 개선과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세금의 탈루방지와 공평과세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 0.3%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무조사 대상 비율을 미국의 1%까지는 못하더라도 상향 조정할 필요도 제기된다.
신용카드 사용의 의무화도 보다 확산돼야 한다. 카드 결제액 규모가 600조원에 달하는 시대라면서 아직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