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시간 동안 강원도 양양을 뒤덮었던 산불은 6일 새벽 헬리콥터가 집중 투입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산림청과 소방방재청 등 관계 당국은 불이 설악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계별 방어선을 구축하고 막판 진화작전을 벌였다.
◇헬기 및 인력 집중 투입=산림청은 이날 날이 밝으면서 헬기 38대를 화재 지역에 보냈다.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불 특성상 빠른 시간내 불을 끄기 위해서는 공중에서 물을 집중적으로 뿌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압 시작 2시간여만에 강현면 물갑리에서 둔전리 방향으로 향하던 큰 불을 대부분 끌 수 있었다.
1만여명의 인력을 화재 현장에 보내 잔불을 정리하게 한 것도 완전 진화에 도움이 됐다. 이날 새벽 양양군에는 군병력 4000여명과 경찰,공무원 등이 한꺼번에 투입됐다. 이들의 주임무는 산에 직접 올라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잔불을 찾고 완전히 끄는 것. 전날 잔불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던 당국이 짜낸 방안이었다. 이 때문에 불은 오후들어 완전 진화됐다.
이른바 ‘물대포’로 불리는 경찰의 시위 진압용 살수차도 불을 제압하는데 한몫했다. 경찰청은 살수차를 양양에 3대,고성에 1대씩 지원했다. 살수차는 비록 초기 진화과정에서는 큰 기여를 못했지만 잔불은 확실히 껐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설악산을 지켜라’ 작전=불길이 바람을 타고 다시 번지면서 관계 당국이 가장 걱정한 것은 설악산국립공원으로 불이 번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새벽녘 큰 불길 하나가 바람을 타고 설악산 쪽을 향하면서 소방 관계자들은 바싹 긴장했다.
당국은 소방차 50대와 소방관 182명,의용소방대원 380여명을 물갑리와 둔전리 경계 지역에 집중 배치했다.제2방어선과 제3방어선이 만나는 곳을 말한다. 소방관들은 강원도뿐 아니라 서울과 충청,영남지역에서 지원나온 ‘연합군’이었다. 이들은 불이 둔전리를 넘어 설악산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날밤 10시부터 이날 새벽 6시까지 8시간 동안 인근 야산을 향해 쉴새없이 물을 뿌렸다. 물은 인근 둔전저수지에서 끌어다 썼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30분쯤에는 야산 밑 70∼80뻍까지 불길이 번지는 위기를 맞았다.
위기는 새벽 6시 무렵 수십대의 헬기가 몰려오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물갑리 주민 함모(40·여)씨는 “소방관들이 한숨도 자지 않고 진화 작업을 했다”며 “덕택에 집도 불타지 않고 설악산도 해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양=변영주 권기석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