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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경향신문
2006/9/25(월)
[진보개혁의 위기] “등 뒤에서 화살…적은 내부에 있었다”  
[진보개혁의 위기] “등 뒤에서 화살…적은 내부에 있었다”

[경향신문 2006-09-24 22:48]    


참여정부 인사 4인이 노무현대통령·참여정부가 왜 개혁에 실패하고, 오늘 날과 같이 좌표를 잃고 수렁에 빠졌는지 자기 진단을 했다. 이들은 아무런 준비없는 ‘수사(修辭)로서의 개혁’으로만 일관한 노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래도 남아 있는 노대통령에 대한 여전한 기대와 애정, 개혁을 위해 좀 더 헌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반성등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수차례에 걸쳐 이들을 각각 따로 면담했다. 다음은 면담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조심스럽지만, 학자적 양심에 따라 얘기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끊임없이 조정을 비판했다. “제 목을 치십시오”라며 목숨 걸고 임금한테 상소하지 않았느냐. 비판하는 참모가 진정한 참모다. 비판이야말로 참여정부를 살리고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개혁은 끊임없이 참고 참아야 한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 ‘혁명은 100인(忍)’이라고 했다는데, 내가 보기에 ‘개혁은 1,000인(忍)’ 같다.


하루 아침에 모두 개혁하긴 힘들다. (8·31 부동산대책처럼) 가운데쯤에서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몇 가지 점진적 개혁조차도 추진과정에서 갈팡질팡, 왔다갔다했다는 점이다. 안에서 의견이 안 맞는 내분이 문제다. 의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의명분이 중요한데 대의가 손상되면 지지가 떨어진다.


- 1년도 안 돼 관료들 주도권 -


2005년 1월부터 1가구 3주택 이상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기로 하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불과 1개월여 앞둔 2004년 11월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느닷없이 “투기가 가라앉았다”며 양도세 중과 방침 연기를 검토한다고 했다. 아무런 사전논의도 없이 기자간담회에서 개인 견해를 흘린 것이다. 당시 다주택 보유자들은 정말 집을 팔아야 할지 끝까지 정부 눈치를 보고 있던 상황에서 충격이 컸다. 앞서 가을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종부세 대상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하자고 한 것도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는 10·29대책 후 1년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내려가기 시작하다가 다시 올라간 계기가 됐다. 이부총리도 이걸 너무 쉽게 받아줬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걸핏하면 냉·온탕을 오갔다.


진보진영에서 관료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 관료는 설득하면 따라온다. 오히려 당에서 딴소리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공통적으로 초기에 학자들을 참여시켰다가 뒤에 가서 관료에게 넘겨줬다. 국민의 정부는 김태동, 윤원배 등 소수의 학자 출신이 들어갔으나, 1년도 못 가서 관료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들어간 학자들 수가 너무 적었고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고시제 서열구조 버려야-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고, 자성할 점이 많다. 그러나 아마추어리즘, 위원회공화국 운운하는 비판은 번지수가 틀렸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가해서 수없는 토론, 검증을 거쳐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위원회 방식은 과거의 관료주도 정책에서 민간참여 정책으로 전환한 획기적 진보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가 희망이다. 위원회 방식은 좋았다. 안타까운 것은 아마추어, 위원회가 중상모략을 받아 힘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의 생트집과 반대로 막혔다. 일부 여당의원과 관료도 여기에 동조했다.


등뒤에서 오는 화살이 눈앞에 보이는 보수의 화살보다 더 무섭다. 조·중·동의 생트집은 다 반박이 가능하지만 등뒤의 화살은 더 깊이 박힌다. 적은 내부에 있다. 말하자면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것이다.


참여정부에는 강철규, 허성관 등 ‘사림파’가 많았다. 위원회는 광복 후 한국에 처음 나타난 사림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에 비해서 꽤 오래갔다.


학자들은 세계 흐름 같은 큰 방향을 잘 보는 반면 실무에 약하고, 관료들은 실무에 능한 대신 큰 방향에는 어둡다. 이 분업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런 분업체계가 사라졌다. 관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방향이 어렵게 됐다. 학자들의 담론은 때로 공허하지만 사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청와대에 있을 때는 관료들의 실무 뒷받침이 잘 됐다. 처음에는 관료들이 우리들에 대해 ‘과격하다’는 의구심을 가졌던 거 같다. 예를 들어 그들이 거부감을 가졌던 근로소득보전제(EITC),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부작용이 없다는 걸 알려주자 수긍했다. 둘이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게 필수적이다.


관료라고 해서 개혁 반대파가 다수는 아니다. 3~5급만 해도 대부분 개혁에 공감한다. 1·2급은 아무래도 좀더 보수적이긴 한데 그렇게 개혁에 저항한 것은 아니다. 재경부 등 경제관료들은 유능한 사람들이지만 시야가 좁다. 옛날 틀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요즘은 경기부양이 능사가 아니라는 원칙을 지키고 초연해지고 있다. 달라지고 있다. 물론 위로 갈수록 보수적이다.


개혁적인 사람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지금 같은 고시제 아래선 어렵다. 고시제도의 근본을 바꿔 기수 서열구조를 파괴해야 한다. 우리의 모델인 일본도 개혁했다. 정부혁신위원회에서 해줬으면 했는데 안 됐다. 인수위 때도 이 부분은 준비하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이 반대한 한탄강댐 건설문제는 좀더 잘 했으면 성공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갈등 해결의 ‘사회적 대화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사회적 대화 모델이 맞다. 다만 몇 가지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같은 전환기에 독재시대의 강압적인 방법은 안 된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 때문에 뜸을 들여야 밥이 된다.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적당히 임시방편으로 땜질하는 것은 불신만 야기할 뿐이다.


개혁세력 간 참고, 인정하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서 단체의 타성을 고쳐야 한다. 잘못을 했으면 준엄한 상호비판은 하면서 서로 연대해야 한다. 사소한 분열로 동력이 떨어져선 안 된다. 사소한 이념차이를 극복하고 대동단결해야 한다.


- 갈등 풀 대화모델 절실 -


최근 한·미FTA 반대서명에 동참한 뒤 조·중·동이 참여정부에 등돌렸다고 음해해서 정말 곤혹스러웠다. 기회가 되면 수구언론에 직접 반박할 생각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개방은 해야 된다고 본다. 그러나 준비 없는 성급한 추진에 반대하고, 특히 상대가 미국이라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한·미FTA는 단순한 개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체질을 미국화하는 길이다. 협정 이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리카도의 자유무역론 같은 것을 논리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정리 | 전병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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