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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위기, 해법을 찾아라 <1>프롤로그 2003-10-20 풍년가 사라진 농촌, 생목숨 끊는 농민들
농촌이 죽어가고 있다. 무차별 시장개방, 늘어가는 농가부채, 매년 거듭되는 재해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지 못하는 정부를, 농업을 경시하는 사회를 원망하며 생목숨을 끊는 농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세계농민들을 다 죽인다”고 외치며 이경해 열사가 자결한 이후, 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조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농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도하개발아젠다(DDA)로 불리는 WTO 농업협상은 농민들의 목을 옥죄어 오고 있고, 참여 정부는 농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한·칠레 FTA를 기어이 비준할 태세다.
농사를 열심히 지을수록 늘어만 가는 농가부채 때문에 자신이 주인인 농협으로부터 빚독촉과 강제 집행에 시달리는 농민들, 그 농민들의 마지막 희망인 농토와 집 마저도 태풍 매미가 쓸어가 버렸다.
이경해 열사만이 아니다. 농민들의 죽음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루사와 매미로 2년 연속 재해 피해를 입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빚만 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의 건실한 농민 김모씨(52)의 사연은 농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린다.
올해만 해도 경북 봉화의 박연거 씨, 강릉 면주동의 김모 씨, 북제주군의 이모 씨, 남양주의 박춘순 씨, 예산의 이민근·김증호 씨 등 10명이 넘는 농민들이 스스로 삶을 저버렸다.
이들은 하나같이 더 나은 농민세상을 기원하는 유서를 남겼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유는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농가부채였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지만, 농촌은 지금 풍요를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농업을 결딴내는 잘못된 농정에 절망하면서, 무차별 시장개방에 기울어 버린 정부를 향해 분노를 키워가고 있다. 폭풍전야. 농민들은, 11월 19일 전국농민대회를 기다리며, 마음안에 예리한 그 무엇을 갈아가고 있다.
☞ “절망만 키우는 정부대책 분노”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1리. 친환경농법으로 부농의 꿈을 키우려던 농민 김경호씨(41)는 23년만에 닥쳐온 최악의 쌀 흉작에 망연자실,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고통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70% 이상 감산으로 콤바인 사용료를 제하면 올 농사는 적자일 수 밖에 없다.
한농연 중동면 회장인 김상용씨는 “이곳 쌀은 친환경 농법이 많아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수매가는 그대로니까 작황이 나빠진 만큼 소득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FTA가 비준되고 쌀 시장개방이 이뤄지면 우리 같은 쌀전업농은 살아 남기 힘들 것 같다”면서 “전업농에 대한 벼농사 직불제 등 정부 차원의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없으면 더 이상 농사를 짓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김씨는 흉작으로 거둘것이 없이 황폐한 논을 바라보며 “내년에도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줄담배를 태웠다.
단순히 흉작만이 문제가 아니다. 궂은 날씨로 인한 품질 저하는 곧 실질적인 수매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 한탄강 댐 건설시 기후변화 일조량 감소로 철원의 농촌경제는 힘들어 집니다.
반드시 철저히 준비하고 투쟁하여 저지하여야 합니다.
@@@ 강원도 철원의 이장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정배씨(40, 철원읍 대마1리)는
“궂은 날씨로 벼 이삭이 여물지 못해 3만평농사를 짓는다면 지난해에 비해 1000만원의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등위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에서는 지난 16일까지 계획량 2만4755톤의 41%인 1만316톤을 수매했지만, 특등은 전체 수매량의 6.9%인 712톤에 불과, 전년 특등비율인 1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풍년가가 사라진 농촌. 무엇인가 대책을 내 놓아야 하는 정부는 그러나 농촌현실을 모르는 듯 하다.
그 증거는 내년도 농림예산 편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농림예산은 8조8824억원. 내년도 국가예산은 117조5429억원으로 올해보다 2.1% 늘어난데 반해 농림예산은 전체 국가예산 대비 7.56%에 불과하다.
참여정부는 대선공약으로 전체 예산 대비 농림예산 10% 확보를 약속했지만, 첫해부터 공약을 어기고 있다.
더구나 최근 발표된 부채경감대책은 껍데기 뿐이란게 농민들의 시각이다. 중장기 정책자금의 금리를 1.5%로 인하하고 상환기간을 5년 거치 15년으로 하는 이번 대책은
그러나 핵심문제인 상호금융자금·농업경영개선자금은 대책에서 배제됐다.
한농연 관계자는 “소득보장과 농산물 가격보장이 실종된 상황에서 상호금융과 농업경영개선자금을 제외시킨 것은 근본적인 농가부채 경감대책이 아닌 껍데기일뿐”이라고 비판했다.
언발에 오줌누기식 재해대책도 농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루사’ 올해 ‘매미’로 연속 2년이나 재해를 당했지만, 구호수준에 머무는 대책으로 인해 피해 농민들은 빚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밖으로는 시장개방의 폭풍, 안으로는 정부의 무대책에 농업은 이미 아사상태에 진입해 있다.
그런데도 농촌회생을 위한 어떤 획기적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 농민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는 11월19일 전국농민대회를 D데이로 삼아 잘못된 농정을 바로잡고 농민생존권을 쟁취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국농민연대 관계자는 “참여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개방일변도 농정, 농업축소 농정이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며
“400만 농민은 우리 농업 사수, 쌀 지키기, 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해 결사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농민들은 이경해 열사의 죽음을 되새기면서, 그가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그 농업을 스스로 지켜 내기 위해 11월 19일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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