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대전일보 2007/9/12(수) | |
평생을 바쳐 음성 일군 큰 어르신 평생을 바쳐 음성 일군 큰 어르신 대전일보 | 기사입력 2006-11-10 23:33 입동(入冬)인 지난 7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 신천 2구를 찾았다. 은행나무 잎사귀가 노랗게 빛나고 있는 가운데 한 폭의 유화처럼 한 노인이 앉아 은행 열매를 손질하고 있었다. 태어난 곳을 지키고 있는 사농(思農) 남상돈옹(南相敦·91).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은행 열매를 손질하는 남옹의 손은 거칠었고 얼마나 오랫동안 은행을 만졌는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남옹은 음성을 금산에 버금가는 인삼 주산지로 만들고 농협조직에 혁신을 일으킨 인물로 현재는 전국에서 드물게 은행나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은행나무를 묘목으로 팔기 위해 운영하는 곳은 있지만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2만 6420㎡(8000평)에 은행나무를 심어 운영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그는 은행나무 농장 운영을 순전히 운(運)이라고 말한다. 그는 “1945년 이곳에 농사를 지을 때는 15년생 은행나무 암수 두 그루 뿐이었고 그 무렵에는 은행나무가 희귀목(稀貴木)이었다”며 “한번도 본 적 없는 누런 열매 1600개(1말)를 200평에 파종했는데 80% 정도가 암컷이었다”라고 말했다. 그 후 남 옹은 2000여평의 밭에 5-6회에 걸쳐 옮겨심기를 거듭했다. 그리고 20여년 후에는 1600여 그루의 은행나무 농장이 조성되었다. 현재 농장에는 250그루의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 행사때 1000여 그루의 팔아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은행나무를 관상용이나 가로수로 쓸 때는 수컷을 심는다. 암컷일 경우 열매가 떨어지고 고약한 냄새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지금은 8000평의 농장에 250그루가 심어 있는데 내가 골라서 심은게 아니라 그냥 심은 것이 10그루 빼고는 모두 암놈 은행나무뿐이야. 여기서 한 100가마 따니까 늙은이 노후대책으로는 제격이지.” 남옹은 농장의 은행나무 대부분이 암컷이라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산림청과 대학교수에게 의뢰해 알아보기까지 했단다. 그 결과 현재 농장의 토양과 기후가 암컷 은행나무 성장에 가장 적합한 땅으로 자신이 머리를 잘 써서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게 아니라고 밝혀졌다. 남옹은 수확한 열매를 일반인에게 매매하지 않고 괴산에서 은행을 가공해 판매하는 엄기주씨에게 보낸다고 한다. “괴산에는 벤치로 은행 껍질을 벗겨 소일하는 노인들이 있지.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껍데기를 벗기는데 한 달에 30만원 정도돼. 노인들이 경노당에서 6개월 정도 일거리를 생기는거야.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팔겠어.” 남옹이 수확한 열매를 괴산에 주고 받는 수입은 1800만원 정도인데, 이것을 일반업자에게 팔 경우에는 2600만원 정도되는 물량이다. 남옹은 1976-1979년 국회의원을 지내고 귀농한 농사꾼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되자 재선을 포기하고 귀농한 그는 음성에 인삼농장과 과수원을 가장 먼저 도입했고, 개성과 금산인삼을 음성인삼으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남옹은 음성을 인삼 주산지로 바꾸고 1958년 농협운동에 참여, 50-100가구 규모의 이름뿐인 리(里)·동(洞)조합을 전국 최초로 면(面)단위 농협으로 통합했다. 농협 규모의 확대와 조합원 위주의 경영체제 전환이 선례가 돼 전국의 모든 조합이 읍(邑)·면(面)단위로 통합, 오늘날 농협조직의 기초를 마련했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스스로 자신이 녹슬지 않도록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해. 평생을 땀흘려 부지런히 일해야지. 그러면 자기를 이룩할 수 있어.” 남옹이 평생을 지켜온 처세술대로 대(代)를 물려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다는 은행나무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사농 남상돈 옹은 눈앞의 소득을 보지 않고 자식 키우듯 정성들여 음성(陰城)을 심고 가꾸고 지켜오고 있다.<陰城=嚴在天·吳仁根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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