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월간 말
2005/7/22(금)
진보진영은 왜 독도문제를 수수방관하나  

 

(5월호)진보진영은 왜 독도문제를 수수방관하나
독도문제 | 독도는 민족단결 촉매제

 

편집부 editor@digitalmal.com

 

제정남  『민중의 소리』 기자


  독도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꽤 복잡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미일동맹 강화라는 정세하에서 최근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을 반영한다는 인식은 비슷하지만,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반일운동이 한국 민족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중의 소리』 제정남 기자가 기고한 이하의 글은 일단 민족주의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국주의와 국수주의 사이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할 진보진영에게 건설적인 논의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22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상정과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일본대사의 “다케시마는 명백한 일본 땅”이란 발언은 지난 2개월 동안 한국 민중들의 반일 감정에 불을 붙여 놓은 시발점을 만들었다. 

  이어 한승조 고려대 전 명예교수가 일본의 극우 잡지인 『정론』에 발표한 ‘일제 강점기 찬양 글’과 “한 교수를 욕하는 자들은 빨갱이들”이라며 한승조씨의 옹호에 나선 군사평론가 지만원씨의 언행은 한국 사회를 공황에 빠뜨려 놓기에 충분했다.


진보진영의 독도 불감증


  뿐만 아니었다. 때맞춰(?) 일본 우익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제작한 역사교과서의 왜곡된 내용이 국내 시민단체에 의해 폭로되고, 이후 이 역사교과서가 최종적으로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에 통과되면서 한국 내 반일감정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의 일환으로 발생한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한국 사회는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의 목적도 대상도 불분명한 반일 시위(할복 소동, 손가락을 자르는 등)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연일 계속되었으며, 제도권 언론들은 이런 반일 움직임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주최하는 시위는 보수단체들의 시위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지난 3월 1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태평양전쟁유족회 허아무씨의 경우는 국내 극우단체의 행동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이들 유족회 가족들은 일본의 이번 행동이 있기 전에도 자신들의 삶을 비관, 분신 등으로 정부에 마지막 항의를 시도하곤 했었다.)

  정치권과 정부도 따라 나섰다. 경상남도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조례안 통과는 국내에서도 단순한 ‘해프닝’ 수준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각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들도 서둘러 여러 모임을 결성, 독도를 방문하고 ‘독도수호 결의문’ 등을 발표하며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반면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독도 문제에 진보진영은 어떤 대응과 투쟁을 벌여 나갔을까. 아쉽게도 국내의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민주노동당, 사회당)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진보진영은 국민들이 분노한 지 2개월이 지난 4월 말까지도 뚜렷한 계획 하나 세우지 못했다.


‘독도 투쟁’을 무지한 행동이라니


  민주노동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해 ‘고춧가루’ 뿌리고 ‘독도의 군사 주둔’을 주장했던 전시성 행사가 당원들과 언론들에 의해 “무지한 행동”이라며 집중 공격을 받은 사실은 싸움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니 제외하기로 하자.

  그나마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학생들의 15일간의 울릉도 농성과 통일연대에서 주최한 수차례에 걸친 일본대사관 앞 촛불문화제가 독도문제를 주제로 국민들에게 다가간 진보진영 움직임의 전부였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학생위의 울릉도 현지 농성도 당내외 인사들의 공격 속에서 힘겹게 진행됐다.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한다는 진보진영이, 어느 국민들이 보아도 당연히 투쟁의 전면에 나서야 할 진보진영이 독도문제를 방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의 적’과 투쟁을 위해 모인 ‘동지’들이, 특히 이른바 ‘투쟁의 모범’에 나선 동지를 등 뒤에서 공격하는 행위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독도문제를 주제로 투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나누는 기준의 가장 중요 핵심은 ‘민족주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도 투쟁을 반대하는 측은 이렇게 주장한다.

  “일본 우익의 본질에 민족주의가 있다. 민족주의의 변형으로 인해 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민족주의에 맞서 우리도 민족주의로 맞서는 경우 일본 민중 대 한국 민중의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는 방법을 ‘국제민중연대’를 통해서 고민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독도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측의 의견은 이렇다.

  “민족주의가 노동 계급 간의 국제연대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으나, 지금 우리가 독도 투쟁에 나서는 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표현일 뿐이다. 제국주의가 힘없는 민족(국가)에 대한 억압으로 시작됐으며, 때문에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민족주의가 언제나 국제연대를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독도 투쟁 반대측의 주요 논지들은 “국내 우익단체들도 저마다 독도 문제로 제 목소리를 외치는데, 우리가 독도문제에 개입하게 되면 우익세력과 공동으로 싸움을 벌여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과 “독도 문제로 불거진 정세에 너무 집착하면 노동법개악 정세에 소홀해 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이 같은 논지에 독도 투쟁 찬성 측은 “진보진영의 투쟁 역량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이들은 “오히려 독도 투쟁을 통해서 국내 우익단체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실체와 그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알게 만들 수 있다. 즉 역이용할 수 있다”라고 강하게 반박한다.


반제 투쟁은 사라지고 절차 시비만 남아


  독도 투쟁 반대측의 주장은 ‘기득권, 지배계급의 선동에 놀아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현재 국내 노동자 계급의 주요 사안인 비정규 문제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독도 투쟁으로 자칫 이에 소홀해질  수 있지 않은갗로 풀어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찬성측은 “말은 있으되 싸울 의지가 없는 분석이다. 단결투쟁의 미덕으로 다함께 싸움이라도 해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현재 진보진영에서는 독도 문제를 가지고 어떤 투쟁을 만들어 내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울릉도 농성을 떠난 학생위 당원들에게 보고 없는 투쟁을 했다는 ‘절차상의 문제’로 “단호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공식적인 논의를 벌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학생 당원들의 징계 이야기가 나온 이 회의에서 ‘반제국주의 투쟁을 어떻게 벌일 것인갗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당도 민주노동당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당은 독도 문제와 관련, 3월 16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독도 문제는 반일 민족주의에 편승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문제의 해법과 대응방안에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및 군사대국화 움직임 등을 경계하고 이에 맞설 수 있도록 동북아 시민사회의 역량을 성숙시키고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에 그쳤다. 

  이후 사회당은 독도 문제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독도 투쟁의 찬성과 반대측이 입장을 같이하는 면도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이 미일 동맹의 강화로 발생된 ‘제국주의의 부활 시도’라는 것이다. 필자는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양측 진영의 의견 일치는 독도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의제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독도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정세를 돌이켜 보자. 지난 3월에 확인된 바에 의하면 미 중앙정보국(CIA)의 국가정보보고서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하고 있음이 밝혀져 굳건한 ‘한미 동맹’을 믿어 의심치 않던 많은 국민들이 상실감에 젖은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 일체화를 통해 전력재배치를 구상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역시 많은 국민들이 범상치 않은 미일 관계에 대해 불안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독도 문제와 미국은 무관하지 않다


  독도 문제를 주제로 꾸준히 취재를 해오고 있는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 이동권 기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일본의 독도문제 제기와 미국이 전혀 별개의 사안이 아님”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고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동북아시아 국제정세와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봤을 때 진보진영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반제국주의 운동은 무엇인가. 

  이에 이동권 기자는 “진보진영 존재의 이유가 민중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면, 전략·전술적으로도 독도 문제는 국민들의 반제국주의 여론을 이끌어낼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정서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으며, 누군가 건드려주기만 하면 반제국주의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립이 가능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인터넷 매체의 한 사이버 논객은 독도문제를 대하는 진보진영의 모습을 “늘 있어 왔던 내부 이견 정도”로 정리했다. 이 논객의 정의에 따르면 현재 진보진영은 ‘늘 있어 왔던 내부 이견’ 때문에 독도 문제를 가지고 어떠한 행동조차 하기를 꺼려하고 있으며, 싸움에 나서는 동지들에게 손가락을 겨누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결론은 당연히 투쟁에 나서야 하는 진보진영 내의 ‘단결투쟁’이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공의 적을 향한 ‘실천투쟁’ 이다.

 

월간말 2005년 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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