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방희 님 칼럼
2005/7/17(일)
Re.. 외국 자본, 천사가 아니다  
외국 자본, 천사가 아니다 내용 최근 한국의 투자처를 물색 중인 외국계 펀드 담당자를 만난 일이 있었다. 어떤 대상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걸작이었다. 9% 이상의 투자 수익률이 보장된 대상이면 어떤 것이나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최근의 실세 금리에 비춰 보더라도 지나치고, 또 투자에 수익이 보장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싶어서 슬쩍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서 왜 하필이면 9%냐고 물었다. 한국의 국가 위험도를 비롯한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그를 선진국에서 만났더라도 그 담당자가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를 하려는 태도를 보였을까 싶었다. 그런데 외국 자본 유치를 담당하는 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계 경제 신문이 우리 금융감독 당국 수장의 말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보면, 외국 자본에 다분히 배타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다르다. 미국의 경우도 은행 임원진에 대해서는 거주지 제한(Residence Restriction) 규정이 있다. 해당 지역에서 은행 영업을 하려면 지역 사회를 많이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그뿐만 아니다. 은행이 단순한 기업이 아닌 이상 해당 지역의 공공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규제들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다. 외국 자본이나 언론은 이런 사실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런 사실을 배타적인 금융 풍토로 몰아 붙인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가 워낙 다급하게 외국 자본을 찾았던 것을 잘 아는 데서 오는 오만과 독선이다. 좀 비약하자면, 우리나라를 만만하게 보지 않고서야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아쉬운 쪽이 고개를 수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매각 이후 일고 있는 외국 자본 비판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외국 자본에 저자세여야 할 이유는 하등에 없다.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400조원에 이른다. 순자산 순위 1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40조원이 넘는다. 관련 법 통과로 우리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태세를 갖춘 사모펀드(PEF)가 5000억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외국 자본을 무조건 배격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의 긍정적 기능을 도외시하자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 창출에 더 없이 소중한 외국 자본의 직접 투자(Greenfield Investment)는 더욱 더 장려해야 한다. 다만 우리 기업의 지분을 넘기거나 경영권 공방이 벌어질 때 외국 자본에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력이 되면 우리 자본도 참여시켜야 한다. 우리 기업에 역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제거해 줘야 한다. 이 밖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해당하는 금융기관 규제들을 도입해, 외국계 금융기관을 비롯한 외국 자본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 사정을 봐줄 것이라는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외국 자본을 잘 봐줄 것이란 기대도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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